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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차원 (The Hidden Dimension)> 에드워드 홀

읽는 시간 약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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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만원 지하철이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카페. 모르는 사람과 어깨가 닿을 만큼 밀착될 때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스마트폰을 꺼낸다. 폰이 없으면 천장이나 벽의 무늬라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을 빤히 보는 건 실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너무 불편하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현대인의 이 흔한 생존 습관을 ‘근접학(Proxemics)’이라는 개념으로 서늘하게 찔러낸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가장 처절한 바리케이드다

홀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야생 동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토(개인 공간)’가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현대 도시가 자본과 효율성을 핑계로 이 생물학적인 ‘인간의 척도’를 묵살해 버렸다는 점이다.

수익성만 따져 위로 쌓아 올린 닭장 같은 아파트, 숨 막히는 대중교통, 좁아터진 고밀도 오피스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개인적 거리’를 강제로 붕괴시킨다. 물리적 공간을 억지로 빼앗긴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해 버리는 최후의 심리적 바리케이드를 친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거나 허공을 응시하는 행위는, 타인의 침범으로부터 내 뇌를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다.

자동차, 완벽하게 통제되는 나만의 벙커

그렇다면 타인의 시선과 침범 없이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햇빛이 쏟아지는 한여름 낮만 아니라면, 나는 종종 내 자동차로 도망친다.

차 문을 닫고 창문을 올리는 순간, 그 좁은 철제 박스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요새가 된다. 누구와도 억지로 눈을 마주칠 필요가 없고, 불쾌한 타인의 체취를 견디지 않아도 되며,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애먼 천장 무늬를 세고 있을 필요도 없다. 도시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도시의 폭력적인 밀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절대 영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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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껍데기가 아니라 거대한 심리학이다

에드워드 홀의 시선으로 도시를 다시 보면, 건축과 공간 설계는 단순히 콘크리트를 쏟아붓는 토목 공학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방어 기제와 친밀성 욕구를 물리적으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를 다루는 거대한 심리학이자 인류학이다.

용적률만 계산하며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 짓고, 휑하고 거대하기만 한 과시용 광장을 만들어놓는 도시 기획자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척도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은밀한 구석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심이 정교하게 교차하지 않는 공간은 금세 불쾌함을 유발하고 삭막해진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내 영역을 방어하며 살아간다. 핫플레이스라는 번지르르한 수식어에 속지 않고, 그 공간이 왜 나를 숨 막히게 하는지 혹은 왜 편안하게 하는지 그 밑바닥의 역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에드워드 홀의 통찰은 여전히 가장 날카로운 해독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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