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티 (Smart Cities)> 앤서니 타운센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켜고, 교통카드를 찍고, 공유 자전거를 빌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도시라는 거대한 컴퓨터의 ‘데이터 입력 장치’로 전락한다.
앤서니 타운센드(Anthony Townsend)가 파헤친 스마트시티의 실체는 뻔한 미래 청사진이 아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밑에 깔린 센서들이 초 단위로 우리의 일상을 뜯어먹고 자라나는 서늘한 현실에 대한 해부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매끈한 유토피아
과거의 도시 계획이 책상머리에서 몇 년에 걸쳐 그리는 ‘마스터플랜’이었다면, 지금의 도시는 실시간 데이터로 굴러가는 거대한 운영체제(OS)다.
송도나 싱가포르 같은 곳을 보라. 가로등은 사람이 지날 때만 켜지고, 쓰레기통은 꽉 차면 알아서 수거차를 부른다. 누수나 교통 체증은 센서가 즉각 감지해 통제실로 쏜다. 겉보기엔 완벽하게 최적화된, 낭비라곤 1도 없는 쾌적한 시스템이다. 시민은 쾌적함을 누리고, 행정력은 꼭 필요한 곳에만 투입된다.
하지만 이 달콤한 편리함의 청구서는 지독하게 비싸다.
알고리즘에 통제권을 넘긴 대가
모든 인프라가 데이터로 통제된다는 건,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개인의 익명성이 완전히 증발한다는 뜻이다. 수만 개의 CCTV와 센서는 안면 인식 기술과 결합해 시민을 언제든 추적 가능한 ‘관리 대상’으로 취급한다.
더 치명적인 건 시스템의 취약성이다. 중앙 서버가 해킹당하거나 알고리즘에 오류가 나는 순간,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블랙아웃 상태에 빠진다. 효율성을 핑계로 도시의 통제권을 기계에 통째로 넘겨버린 셈이다.
게다가 이 화려하고 똑똑한 도시는 데이터와 스마트 기기에 빠삭한 사람들에게만 친절하다. 디지털 기기에 어두운 노인이나 저소득층은 스마트시티의 촘촘한 네트워크 안에서 ‘결측치(에러 값)’ 취급을 받으며 철저히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다.
도시는 누구의 데이터로 진화하는가
과거의 도시가 국가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통제형 하드웨어’였다면, 지금의 도시는 시민들의 행동 데이터로 밑바닥부터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소프트웨어’에 가깝다.
이제 기술은 단순히 삶을 편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다. 도시 안에서 누가 권력을 쥐고, 누구의 편의를 우선하며, 누구를 배제할지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무기다.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도시의 편리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그 매끈한 인터페이스 뒤에서 과연 누가 우리의 데이터를 독점하고 알고리즘을 쥐고 흔드는지, 그 통제권의 행방을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할 시점이다.